공사를 마치고도 대금을 받지 못한 시공사가 소송을 제기하면, 발주자는 거의 예외 없이 "하자가 있다"거나 "기성률이 그렇게 높지 않다"는 항변으로 맞선다. 문제는 이 항변이 얼마나 인정되는지다. 하자가 있다는 사실만으로 공사대금 전액의 지급을 거절할 수 있는 것은 아니며, 동시이행항변권 역시 무제한으로 행사할 수 있는 권리가 아니다. 최근 원자재가격 상승과 부동산 경기 침체가 겹치면서 공사대금 미지급을 둘러싼 소송이 늘고 있는 지금, 그 인정 범위를 정확히 아는 것이 방어 전략의 출발점이다.
본 글은 민간·공공 도급계약에서 시공사가 공사대금 지급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했을 때, 발주자가 하자를 이유로 제기하는 동시이행항변·상계항변의 법리와 인정 범위를 다룹니다. 하도급대금의 부당결정, 유치권을 통한 채권 확보, 계약해지에 따른 정산 문제는 별도 주제로 다루지 않습니다.
발주자의 방어 논리는 두 갈래로 나뉜다
공사대금 소송에서 발주자가 구사하는 방어 논리는 성격이 다른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채권 자체의 존부·범위를 다투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채권의 존재를 인정하되 지급을 거절하거나 공제할 사유가 있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이 둘을 구분하지 못하면 시공사의 대응 전략도 흐트러진다.
1. 기성률 부인 — 채권의 범위를 다투는 항변
발주자가 "그만큼 공사가 진행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경우다. 공사가 중도에 중단되어 기성고 비율에 따라 대금을 정산해야 하는 사안에서 특히 자주 등장한다. 이때 법원 실무는 기시공 부분에 실제로 소요된 공사비만으로 기성고를 평가하지 않는다. 기시공 부분에 소요된 공사비와 미시공 부분을 완성하는 데 소요될 공사비를 합산한 전체 공사비를 기준으로, 그 중 기시공 부분에 실제 소요된 비용이 차지하는 비율을 산정한 다음, 이 비율을 약정 총공사금액에 곱하여 기성공사대금을 확정하는 방식이 확립된 법리다. 기시공 부분만 놓고 감정하면 시공사가 비용을 과다 지출했을 때 발주자가 불이익을 떠안고, 반대로 미시공 부분의 공사비만 공제하면 물가 상승분이 시공사에게 전가되는 불균형이 생기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성률을 다투는 소송에서는 감정신청사항 자체가 "기시공 부분 실제 소요 공사비"와 "미시공 부분 완성에 필요한 공사비"를 모두 포함하도록 구성되어야 하며, 시공사 입장에서는 이 감정신청사항 설계 단계부터 대응할 필요가 있다.
2. 하자 주장 — 동시이행항변권의 근거
완성된 목적물이나 기시공 부분에 하자가 있다고 주장하는 경우다. 민법 제667조는 도급인의 하자보수청구권, 하자보수에 갈음하거나 이와 함께 청구하는 손해배상청구권을 인정하고 있고, 판례는 이 청구권이 수급인의 공사대금채권과 동시이행관계에 있다고 본다. 즉 발주자는 하자보수나 하자에 갈음한 손해배상이 이루어질 때까지 공사대금 지급을 거절할 수 있는 항변권을 갖는다. 실무에서 가장 많은 다툼이 벌어지는 지점이 바로 이 항변권을 얼마나 넓게 인정할 것인가이다.
동시이행항변권, 인정되는 범위는 정해져 있다
대법원은 도급인이 하자를 이유로 공사대금 전부의 지급을 거절할 수는 없다고 본다. 완성된 목적물에 하자가 있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보수 지급을 거절할 수는 없고, 먼저 하자보수를 청구할 것인지 하자보수에 갈음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것인지를 선택한 다음, 그 손해배상액에 상응하는 범위 내에서만 지급을 거절할 수 있다는 것이 판례의 태도다. 나아가 대법원 2001. 9. 18. 선고 2001다9304 판결은 도급인이 동시이행항변으로 지급을 거절할 수 있는 기성공사대금의 범위를 하자 및 손해에 상응하는 금액으로 한정하는 것이 공평과 신의칙에 부합한다고 명시했다. 기성공사대금이 하자보수비용을 크게 웃도는 상황에서 발주자가 자력이 없고 향후 대금 지급 여부도 불확실하다면, 항변권 행사 범위를 제한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본 것이다.
더 나아가 같은 판결은 동시이행항변권 행사가 상대방에게는 과다한 부담을 지우면서 항변권자 자신에게는 별다른 이익이 없어 주로 자기 채무의 이행을 회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보이는 경우, 그 항변권 행사는 권리남용으로 배척될 수 있다는 법리도 제시했다. 발주자가 미지급 공사대금 전액에 대해 사소한 하자를 이유로 지급을 전면 거부하는 경우, 시공사는 이 권리남용 법리를 적극적으로 주장할 근거를 갖는다.
| 쟁점 | 판례 법리 | 실무적 의미 |
|---|---|---|
| 지급 거절 가능 범위 | 하자보수비(손해배상액) 상당액에 한정 — 공사대금 전액 거절 불가 | 발주자의 전액 지급거절 주장에 대해 하자보수비 한도 초과분의 지급을 구할 수 있음 |
| 하자보수비 산정 시점 | 목적물 완성시가 아니라 손해배상 청구 시(사실심 변론종결 시) 기준으로 산정 | 시간 경과에 따른 물가·시공비 변동을 감정에 반영해야 함 |
| 항변권 남용 | 항변권 행사가 주로 채무이행 회피 수단으로 보이는 경우 권리남용으로 배척 | 하자 규모 대비 지급거절액이 현저히 과다한 경우 남용 주장 가능 |
| 하자보수보증금과 상계 | 수급인의 상계는 가능하나, 도급인이 일방적으로 상계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불허 | 발주자가 하자보수보증금을 임의로 공제하고 지급하는 관행에 이의 제기 가능 |
하자보수보증금과 관련해서도 유의할 지점이 있다. 하자보수보증금채무는 현금 지급 외에 보증서 제출로도 이행할 수 있는 선택권이 수급인에게 있는데, 도급인이 일방적으로 이를 상계하면 수급인의 이 선택권을 침해하는 결과가 된다는 것이 대법원의 입장이다. 발주자가 소송 과정에서 "하자보수보증금 상당액을 공제하고 지급하겠다"는 식으로 주장한다면, 그 상계의 적법성 자체를 다툴 여지가 있다는 뜻이다.
시공사의 방어·입증 전략
발주자의 하자 주장과 동시이행항변에 대응하려면, 소송이 시작되기 전부터 쌓아온 현장 자료가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감정 절차에서 감정인은 원칙적으로 중립적인 제3자이지만, 감정의 전제사실과 자료는 결국 당사자가 제출한 것을 기초로 구성되기 때문이다.
- 공정별 시공 완료 시점을 특정할 수 있는 현장사진·동영상, 공사일보, 준공 관련 협의 기록
- 기성검사원·기성확인서 등 발주자가 기성 진행 상황을 인지하고 확인한 서면
- 하자로 지적된 부위의 시공 당시 자재 검수·품질시험 성적서
- 발주자가 하자를 최초로 지적한 시점과 그 내용, 이에 대한 시공사의 대응(보수 이행 여부) 기록
- 준공 이후 발주자 측의 사용·유지관리 이력(하자와 무관한 사용상 손상 여부를 가리기 위한 자료)
특히 준공 이후 상당 기간이 지나 하자를 주장하는 사안에서는, 그 하자가 시공상 잘못에 기인한 것인지 아니면 발주자의 사용·관리 과정에서 발생한 것인지를 구분하는 것이 핵심 쟁점이 된다. 이 구분이 모호하면 감정 결과 전체의 신빙성이 흔들릴 수 있다.
- 발주자가 주장하는 하자 항목이 하자보수 청구인지, 하자보수에 갈음한 손해배상 청구인지 특정되어 있는가
- 지급거절 대상 금액이 하자보수비(또는 손해배상액) 상당액을 초과하지 않는지 확인했는가
- 기성률을 다투는 경우, 감정신청사항이 기시공·미시공 공사비를 모두 포함하도록 설계되었는가
- 발주자의 항변권 행사가 미지급 대금 전액에 비해 하자 규모가 현저히 작아 권리남용에 해당할 여지는 없는가
- 하자보수보증금 관련 공제·상계 주장이 있다면, 그 적법성(도급인의 일방적 상계 가능 여부)을 검토했는가
- 하자 발생 원인이 시공상 잘못인지 준공 후 사용·관리상 원인인지 구분할 자료를 확보했는가
위 항목은 소송 대응 시점의 점검 기준이며, 실제 감정 결과와 법원의 판단은 개별 사안의 증거관계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 구분 | 적용 또는 참고 기준 |
|---|---|
| 대법원 판례 | 대법원 2001. 9. 18. 선고 2001다9304 판결 등 동시이행항변권의 인정 범위 및 권리남용 법리에 관한 판시 내용 |
| 대법원 판례 | 대법원 1991. 12. 10. 선고 91다33056 판결 — 도급인의 하자보수청구권·손해배상청구권과 지급거절 범위에 관한 법리 |
| 법조계 동향 보도 | 원자재가격 상승과 부동산 경기 침체에 따른 공사대금 미지급 소송 증가 및 기성고·하자 관련 법원감정 실무 동향 보도 |
기준일: 2026. 9. 14. 위 기준은 본 글의 설명에 참고한 범위를 표시한 것으로, 개별 프로젝트에 적용되는 기준과 그 효력은 계약조건·특별조건 및 준거법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 대법원 2001. 9. 18. 선고 2001다9304 판결 [공사대금]
- 대법원 1991. 12. 10. 선고 91다33056 판결 [공사금]
- 국토일보, 하자보수보증금 상계와 동시이행에 관한 건설부동산 판례 해설
- PPSS, "늘어나는 공사대금 분쟁, 건설전문변호사가 제시하는 승소 전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