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용 범위

본 글은 국내 공공발주 공사에서 활용되는 공동이행방식·분담이행방식·주계약자관리방식 공동수급체(공동수급표준협정서 기준)를 전제로 하며, 해외 컨소시엄이나 민간 발주 구조에는 별도 검토가 필요합니다.

대외적 연대책임과 대내적 분담책임은 별개의 문제다

공동수급체가 발주처와 맺는 공사도급계약과, 구성원사들끼리 맺는 공동수급협정서는 층위가 다른 계약입니다. 발주처를 상대로 어떤 책임을 지는지와, 그 책임을 구성원사 사이에서 누가 얼마나 부담하는지는 별개의 질문이며, 실무에서 다투어지는 내부 클레임의 상당수는 후자, 즉 대내적 분담 국면에서 발생합니다.

이행방식별 대외책임 구조

기획재정부 계약예규 공동계약운용요령은 공동이행방식, 분담이행방식, 주계약자관리방식 세 가지 유형의 공동수급표준협정서를 두고 있으며, 방식에 따라 발주처에 대한 책임 구조가 다르게 설계됩니다.

이행방식발주처에 대한 책임내부 분쟁이 잦은 지점
공동이행방식구성원 전원이 계약이행에 대해 연대책임일부 구성원 부실이행·무자력 시 잔존 구성원 부담 범위
분담이행방식각 구성원이 분담내용에 따라 개별 책임분담부분 경계에서 발생한 손해·하자의 귀속
주계약자관리방식각자 분담부분 책임 + 주계약자의 전체 조정책임주계약자 조정 책임과 구성원 개별책임의 경계

공동이행방식의 경우 대법원은 공동수급체가 상행위로 부담한 채무에 대해 상법 제57조 제1항을 적용해 구성원 전원의 연대책임을 원칙으로 인정하면서도, 이는 임의규정이므로 협정서나 하도급계약에서 개별 구성원이 지분비율에 따라서만 책임을 지도록 명시적 또는 묵시적으로 약정할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대법원 2013. 3. 28. 선고 2011다97898 판결). 즉 연대책임이 원칙이라는 문구만으로 다툼이 끝나지 않고, 협정서·하도급계약에 지분비율 약정이 실제로 있었는지가 쟁점이 됩니다.

협정서 조항이 실제로 다투어지는 네 개 지점

1. 대표사의 대표권한과 협상 결과의 구속력

공동수급표준협정서는 대표자에게 발주기관 및 제3자에 대한 대표권, 공동수급체 재산관리, 대금청구 권한을 부여합니다. 대표사가 발주처와 진행한 클레임 협상·정산 합의는 원칙적으로 구성원사 전체를 구속하지만, 그 과정에서 구성원사의 의견을 어느 수준까지 수렴해야 하는지가 협정서에 구체적으로 규정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대표사가 단독으로 감액 합의를 하거나 클레임을 조기 종결한 경우, 구성원사가 협의 없는 처리로 손해를 입었다며 대표사의 선관주의의무 위반을 문제 삼는 사례가 나타납니다.

2. 출자비율과 실제 투입비율의 불일치

협정서는 통상 출자비율(제9조)과 손익배분 비율(제10조)을 정합니다. 그런데 시공 단계에서 특정 구성원사가 설계변경·추가공사 대응을 위해 계획보다 많은 인력·장비를 투입한 경우, 그 초과 투입비용을 최종 손익분배에 어떻게 반영할지가 다투어집니다. 협정서에 실투입 정산 조항이 없으면 출자비율대로 배분하자는 쪽과, 실제 기여도를 반영해야 한다는 쪽이 맞서게 됩니다.

3. 구성원 무자력·중도탈퇴 시 잔여 채무의 처리

구성원 중 하나가 부도·회생절차 등으로 무자력이 되거나 중도탈퇴하는 경우, 그 구성원이 부담해야 했던 공동원가 분담금이나 잔여 계약이행의무를 나머지 구성원이 어떻게 나눠 지는지가 대표적 내부 분쟁 유형입니다. 대표사가 우선 선집행하고 나머지 구성원에게 지분비율대로 구상하는 관행이 있었으나, 공동원가 분담금의 법적 성격을 둘러싼 다툼이 있을 수 있어 회계감정 등을 통해 분담금 채권의 존부와 범위를 확정하는 절차가 필요한 경우가 있습니다(대법원 2013. 2. 28. 선고 2011다79838 판결 참조). 한편 중도탈퇴한 구성원이라도 발주처의 탈퇴 승인이 곧 책임 면제를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본 하급심 판단도 있어(서울고등법원 2017나2014947 판결), 탈퇴 처리 시 면책 범위를 변경계약에 명확히 남겨두어야 합니다.

4. 발주처로부터 받은 클레임 정산금의 내부 배분

물가변동, 설계변경, 공기연장 간접비 등 발주처 클레임이 인용되어 정산금이 지급되면, 이를 구성원사 사이에서 어떤 기준으로 나눌지가 다시 문제됩니다. 클레임 사유가 특정 구성원의 분담공종에서만 발생했다면 원인 제공 구성원에게 우선 귀속시켜야 한다는 주장과, 협정서상 손익배분 비율을 그대로 적용해야 한다는 입장이 맞설 수 있습니다. 협정서에 클레임 인용금액의 배분 기준이 미리 정해져 있지 않으면, 사후에 정산 합의가 지연되는 대표적 원인이 됩니다.

대외 클레임 대응과 내부 정산은 절차가 다르다

발주처·행정청 등 제3자와의 관계에서도 대외적 책임과 대내적 분담은 구분됩니다. 대법원은 공동수급체가 체결한 하도급계약에서 하도급법 위반에 따른 과징금을 산정할 때,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하도급대금 전액을 기준으로 하며 구성원들이 내부적으로 어떤 비율로 최종 부담할지는 공동수급체의 내부 사정에 불과하다고 판단했습니다(대법원 2018. 12. 13. 선고 2018두51485 판결 참조). 이는 제3자와의 관계에서는 대표사 또는 공동수급체 전체가 우선 책임을 지고, 내부 정산은 별도의 절차와 증거로 다시 확정해야 하는 구조를 보여줍니다.

이 때문에 내부 정산 분쟁은 발주처 클레임 절차(협상, 조정, 중재)와는 별도로, 구성원 간 정산금 청구소송이나 회계감정 절차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구성원 상호 간 출자의무와 이익분배를 연계하는 특약도 계약자유 원칙상 허용되므로(대법원 2018. 1. 24. 선고 2015다69990 판결 참조), 협정서에 이 연계 관계를 어떻게 규정했는지에 따라 정산 결과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SRE 실무 체크포인트 — 공동수급체 내부 책임분담 점검
  • 협정서에 이행방식(공동이행/분담이행/주계약자관리)이 명시되어 있고, 그에 따른 대외책임 구조를 구성원사 전원이 이해하고 있는가
  • 대표사의 협상·합의 권한 범위와, 구성원사 사전동의가 필요한 사항(감액 합의, 클레임 취하 등)이 협정서에 구분되어 있는가
  • 출자비율과 실투입비율이 달라질 경우의 정산 기준(실투입 정산 조항)이 마련되어 있는가
  • 구성원 무자력·중도탈퇴 시 잔여 채무·분담금 처리 기준과 면책 범위가 구체적으로 규정되어 있는가
  • 발주처 클레임 인용금액을 원인 제공 공종·구성원 기준으로 배분할지, 손익배분 비율대로 배분할지 사전에 정해두었는가
  • 내부 정산 관련 증빙(투입 인력·장비 기록, 클레임 산출근거, 회계자료)이 구성원사별로 정리·보관되고 있는가

위 항목이 협정서에 미비되어 있더라도, 준공정산 이전 단계에서 별도 합의서로 보완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