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용 범위

본 글은 대법원 2025. 11. 20. 선고 2025다209941(본소), 2025다209942(반소) 판결(판례속보 공개분)을 토대로,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제4조 제1항이 정한 '부당한 하도급대금의 결정'의 판단기준과 민사 손해배상소송에서의 증명 구조를 정리합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시정명령·과징금 행정절차가 아니라, 수급사업자가 직접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민사소송 국면을 중심으로 다룹니다.

사건 개요 — 관급공사 표준품셈 축소와 적정성심사 면탈

이 사건은 관급공사인 통신센터건설공사를 도급받은 원사업자가, 발주자로부터는 표준품셈 100%에 해당하는 노무량을 인정받고도 하도급 발주 시에는 표준품셈의 40%로 노무량을 축소한 내역서를 제시하며 단가기입방식의 최저가 경쟁입찰을 진행한 데서 출발합니다. 낙찰자인 수급사업자가 투찰한 최저가 입찰금액을 그대로 최초 하도급대금으로 반영한 결과, 언론 보도에 따르면 하도급비율이 60.6%에 불과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원사업자는 원도급대금에 포함되어야 할 노무비·경비 일부를 원도급 내역서에서 삭제하는 방식으로 원도급-하도급 대비표를 작성해 발주자에 제출했고, 이로써 원도급계약이 예정한 하도급계약 적정성심사를 실질적으로 면탈했다는 것이 원심과 대법원이 인정한 사실관계입니다. 이후 이루어진 2차~4차 하도급 변경계약(노무비 증액)에서도 최초 계약 당시와 동일한 축소 기준이 그대로 적용되었고, 대법원은 이 변경대금 결정행위 역시 최초 결정행위와 마찬가지로 하도급법 제4조 제1항 위반에 해당한다고 본 원심 판단을 그대로 수긍했습니다.

주목할 부분은, 최초 계약뿐 아니라 후속 변경계약도 같은 기준을 승계하면 동일하게 위법 평가를 받을 수 있다는 점입니다. 최초 대금 산정의 하자는 시간이 지나 계약이 여러 차례 변경되더라도 저절로 치유되지 않습니다.

대법원이 제시한 판단 기준 — "동의"와 "최저가 입찰"만으로는 부족하다

대법원은 하도급대금이 '부당하게' 결정되었는지는 원사업자의 수급사업자에 대한 거래상 우월적 지위의 정도, 수급사업자의 원사업자에 대한 거래의존도, 계속적 거래관계의 유무와 정도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는 법리를 재확인했습니다. 그리고 실무적으로 가장 파급력이 큰 판시는 다음 부분입니다 — 원사업자가 하도급대금에 관해 수급사업자의 동의나 승낙을 받았다는 사정, 또는 경쟁입찰로 체결된 하도급계약상 대금이 최저가 입찰금액 이상이라는 사정만으로는, 그 대금 결정행위가 부당하지 않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이는 "서면 동의서가 있으니 문제없다", "경쟁입찰을 거쳤으니 절차상 하자가 없다"는 식의 형식 논리가 하도급법 제4조 판단에서 그 자체로 면책 사유가 되지 못한다는 의미입니다. 입찰 조건 자체가 왜곡되어 있었다면(이 사건처럼 노무량 산정 기준을 미리 축소해 두는 방식), 그 위에서 진행된 입찰과 동의는 실질적 의미를 갖기 어렵다는 취지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형식적으로 갖춘 사정대법원이 본 실질적 의미
수급사업자의 동의·승낙 서면 존재그 자체만으로 대금이 정당하다고 단정할 수 없음
경쟁입찰로 낙찰, 대금이 최저가 입찰금액 이상입찰의 전제(내역서 산정기준)가 왜곡되었다면 형식적 절차만으로는 부족
발주자에게 하도급 대비표 제출·검토 완료대비표 자체가 실제와 다르게 작성되었다면 적정성심사를 거친 것으로 평가되지 않음

'일반적으로 지급되는 대가'는 누가, 어떻게 증명하는가

하도급법 제4조 제1항은 '일반적으로 지급되는 대가보다 낮은 수준'을 부당한 결정의 핵심 요건으로 삼습니다. 이번 판결은 이 '일반적으로 지급되는 대가'의 수준을 인정하는 방법과 관련해, 수급사업자가 원사업자를 상대로 민사상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경우 그 증명책임은 원고인 수급사업자에게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행정절차에서 시정명령·과징금을 부과하는 구도와 달리, 민사소송에서는 수급사업자 스스로 비교기준이 되는 대가 수준을 입증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또한 이번 판결은, 원사업자가 발주자로부터 지급받았거나 지급받기로 한 계약금액 중 하도급 부분에 상당하는 금액, 또는 그 금액의 일정 비율(예컨대 관행적인 하도급비율)을 기준으로 곧바로 '일반적으로 지급되는 대가보다 낮은 수준'인지를 판단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않는다는 점도 밝혔습니다. 종전 거래 내용이나 비교 대상 거래에 관한 증명이 어렵다는 사정만으로 이런 간접적 비율 환산 방법에 의존할 수는 없고, 예외적으로 특별한 사정이 인정되는 경우에 한해 보충적으로 고려될 수 있다는 취지입니다.

정산·클레임 실무 관점에서 이는 중요한 시사점을 줍니다. 수급사업자가 '우리가 받은 대금이 부당하게 낮다'고 주장하려면, 단순히 원도급 대비 비율이 낮다는 사실만으로는 부족하고 동종·유사 공종에 대해 그 시기·그 지역에서 통상적으로 지급되던 대가 수준을 뒷받침할 자료(동종 공사 견적 이력, 표준품셈·시장단가 자료, 타 현장 계약 사례 등)를 갖추어야 승소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의미입니다.

원도급사·하도급사 실무 시사점

원도급사 입장에서는 견적·계약 단계에서 원도급 내역서와 하도급 발주 내역서의 산정 기준(품셈 적용률, 노무량, 단가 근거)이 서로 다르게 관리되고 있지 않은지를 점검할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관급공사에서 발주자에게 제출하는 원도급-하도급 대비표는 실제 하도급 계약 내용과 일치해야 하며, 적정성심사를 형식적으로 통과시키기 위한 내역 조정은 그 자체로 법적 위험을 키웁니다.

하도급사 입장에서는 계약 체결 당시 산정 근거자료(내역서, 품셈 적용 기준, 입찰 안내자료)를 계약 종료 이후까지 보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추후 대금의 부당성을 다투려면 결국 '일반적으로 지급되는 대가'를 스스로 입증해야 하는데, 이때 필요한 것은 원도급사의 내부자료가 아니라 자신이 확보할 수 있는 동종·유사 거래 비교자료이기 때문입니다.

SRE 실무 체크포인트 — 하도급대금 산정 과정 점검
  • (원도급사) 원도급 내역서와 하도급 발주 내역서의 품셈 적용률·노무량 산정 기준이 동일한가
  • (원도급사) 발주자 제출용 원도급-하도급 대비표가 실제 계약 내용과 일치하는가, 적정성심사 대상 여부를 왜곡하는 조정이 있었는가
  • (원도급사) 변경계약(설계변경·물량증감) 시 최초 계약의 산정 기준을 그대로 승계하고 있지는 않은가
  • (하도급사) 계약 체결 당시 입찰 안내자료·내역서·품셈 적용 근거를 계약 종료 이후에도 보관하고 있는가
  • (하도급사) 동종·유사 공종에 대한 시장 견적, 타 현장 계약 사례 등 '일반적으로 지급되는 대가'를 뒷받침할 비교자료를 확보하고 있는가
  • (하도급사) 단순히 원도급 대비 하도급비율이 낮다는 사실만으로 부당성을 주장하려 하지는 않는가 — 비율만으로는 원칙적으로 증명력이 부족하다

위 항목은 분쟁 발생 이후가 아니라 계약·변경계약 체결 시점부터 관리할 때 실효성이 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