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비 상승과 자금경색이 겹치면서 원사업자 본인이 아니라 협력업체(하도급사)가 먼저 무너지는 국면이 늘고 있습니다. 이때 하도급계약 해지 시점, 잔여공사 재발주 방식, 선급금·자재대금 정산 순서를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따라 원사업자의 공기 리스크와 추가 비용 부담이 크게 달라집니다.
본 글은 원사업자(원도급사)와 하도급사(협력업체) 간 표준하도급계약을 전제로, 협력업체의 부도·회생절차 등으로 잔여공사가 발생한 경우의 일반적 실무 기준을 설명합니다. 개별 계약조건과 사실관계에 따라 결론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협력업체 부도, 왜 원사업자의 리스크로 번지는가
2025년 건설업계 결산 자료들은 공통적으로 건설기성의 급격한 감소를 지적합니다. 2025년 9월 누계 건설기성은 전년 대비 큰 폭으로 줄어 1998년 3분기 이후 최대 감소폭을 기록했다는 진단이 나왔고, 같은 시기 중견건설사 다수가 법정관리를 신청하는 사례가 이어졌습니다. 이런 흐름은 원도급사 본체의 문제로만 그치지 않습니다. 공사비 상승과 자금조달 부담은 원도급사보다 체력이 약한 협력업체(하도급사)에 먼저, 더 크게 부딪힙니다.
협력업체가 부도나면 원사업자에게는 세 가지 리스크가 동시에 발생합니다. 첫째, 남은 공정을 누가 시공하느냐에 따른 공기 리스크입니다. 둘째, 재발주 과정에서 발생하는 단가 상승·동원비용 등 추가비용 리스크입니다. 셋째, 협력업체 아래에 있는 재하수급인·자재업체·장비업체의 미지급 대금이 원사업자에게로 청구되어 오는 리스크입니다. 세 리스크는 서로 얽혀 있어, 해지 시점을 놓치거나 정산 순서를 잘못 잡으면 손실이 눈덩이처럼 커집니다.
하도급계약 해지, 시점을 어떻게 잡아야 하는가
협력업체의 부도(당좌거래정지) 사실 자체가 하도급계약을 자동으로 종료시키지는 않습니다. 표준하도급계약서 계열의 해지조항은 통상 부도·파산 등 협력업체의 귀책사유로 공기 내에 공사를 완성하는 것이 명백히 불가능하다고 인정될 때, 원사업자가 서면으로 기간을 정하여 이행을 최고하고 그 기간 내에도 이행되지 않으면 계약의 전부 또는 일부를 해제·해지할 수 있다는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대법원도 유사한 조항이 편입된 하도급계약에서, 부도 이후 시공사가 서면으로 해지통지를 보낸 사안을 다룬 바 있습니다.
실무적으로 놓치기 쉬운 부분은 이 '이행최고' 절차입니다. 부도 소식을 접하자마자 구두로 통보하고 다른 업체를 투입하는 방식으로 대응하면, 나중에 협력업체(또는 그 회생·파산 관재인)로부터 해지의 절차적 하자를 다투는 이의가 제기될 수 있습니다. 해지의 효력이 다투어지면 그 사이의 기성 확정, 지체책임 귀속, 재발주 비용의 구상 범위까지 함께 흔들립니다.
해지 전에 확인해야 할 세 가지
- 부도(당좌거래정지) 또는 회생·파산 개시 신청 사실을 공식 경로로 확인하고 그 일자를 기록했는가
- 계약이 정한 이행최고 절차(서면, 최고기간)를 실제로 이행했는가, 최고 기간 산정이 계약조건과 일치하는가
- 해지통지 발송 이전에 현장 출입통제, 자재·장비 인수인계 등 사실행위를 앞서 진행하지는 않았는가
| 단계 | 확인사항 | 실무 리스크 |
|---|---|---|
| 부도 확인 | 당좌거래정지, 회생·파산 신청 등 사실관계 확인 및 기록 | 확인 지연 시 이행최고 시점도 함께 늦어짐 |
| 이행최고 | 서면으로 상당한 기간을 정하여 이행 촉구 | 구두 통보만으로는 절차 흠결 소지 |
| 해지통지 | 최고기간 경과 후 서면으로 해지 의사표시 | 최고 없이 곧바로 해지 시 효력 다툼 가능 |
| 기성 확정 | 해지 기준일의 출래형·기시공 부분 검측 | 지연될수록 자재 훼손·분실로 검측 곤란 |
잔여공사 재발주 — 무엇을 먼저 확인해야 하는가
해지 이후 잔여공사를 재발주하기 전에 먼저 확정해야 할 것은 해지 기준일 시점의 기성고입니다. 기성고와 철수비용 산정의 세부 항목은 계약 종료 전반에 공통되는 쟁점이므로 별도로 다루었지만, 협력업체 부도 국면에서는 특히 현장 인수인계가 통상의 준공정산보다 급박하게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아, 검측 자료와 사진·동영상 기록을 해지통지와 동시에 확보해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다음으로 확인할 것은 협력업체가 원사업자에게 제공한 계약이행보증서(공제조합 보증, 이행보증보험 등)의 존재 여부와 보증기간·보증금액입니다. 이행보증이 확보되어 있다면 보증기관에 대한 보증금 청구 또는 보증시공 요청을 통해 재발주 비용의 일부를 충당할 수 있는 경로가 열립니다. 반대로 이행보증이 없거나 보증한도가 낮다면, 재발주로 인한 단가 상승분과 동원비용은 사실상 원사업자가 선부담하고 사후에 협력업체(또는 그 도산절차의 배당)를 통해 회수를 시도해야 하는 구조가 됩니다.
재발주 방식은 잔여공사의 규모와 남은 공기, 공종의 특수성에 따라 갈립니다. 신규 협력업체와 하도급계약을 다시 체결하는 경우에도 하도급법상 등록요건 확인, 계약서 작성·통보 의무 등은 최초 하도급계약 체결 때와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종전 협력업체의 기시공 부분에 대한 하자담보책임 범위와, 신규 업체가 인수하는 부분의 경계를 계약서에 명확히 구분해 기재해두지 않으면 향후 하자 발생 시 책임 소재를 다시 다투게 됩니다.
정산의 순서 — 선급금, 자재대금, 재하수급인 대금은 어떻게 갈리는가
정산에서 가장 먼저 정리해야 할 항목은 선급금입니다. 대법원은 공사도급계약에서 선급금은 선급 공사대금의 성질을 가지므로, 계약이 중도에 해제·해지되어 선급금을 반환해야 하는 사유가 발생하면 별도의 상계 의사표시 없이 그때까지의 기성고에 해당하는 공사대금에 당연히 충당된다고 판시한 바 있습니다. 따라서 협력업체 해지 시 정산은 통상 미정산 선급금 잔액을 먼저 확인하고, 이를 확정된 기성금액과 상계 처리하는 순서로 진행합니다.
다음으로 까다로운 것은 협력업체 아래의 재하수급인·자재업체·장비업체에 대한 대금입니다. 협력업체가 이들에게 대금을 지급하지 못한 채 부도가 나면, 이들은 원사업자(협력업체와의 관계에서는 '발주자'에 해당하는 지위)에게 직접지급을 요청할 수 있는 법적 경로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건설산업기본법은 수급인의 지급정지·파산 등으로 수급인이 대금을 지급할 수 없게 된 경우, 하수급인이 발주자에게 직접지급을 요청하면 발주자가 그 시공분에 상당하는 대금을 하수급인에게 직접 지급하도록 하고 있고, 이 경우 발주자의 수급인에 대한 대금지급채무는 지급한 한도에서 소멸한 것으로 봅니다. 협력업체 부도 국면에서 이 조항은 원사업자와 협력업체 사이의 관계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어, 원사업자가 협력업체에 기성금을 지급하기 전에 하위 업체의 미지급 현황과 직접지급 요청 여부를 반드시 확인해야 이중지급 리스크를 피할 수 있습니다.
| 정산 항목 | 처리 원칙 | 확인 포인트 |
|---|---|---|
| 선급금 | 해지 시점 기성금액에 당연 충당(별도 상계 의사표시 불요) | 선급금 잔액 산정의 기초자료(지급일, 지급액) 확보 |
| 기성금 | 해지 기준일 검측 결과로 확정 후 선급금과 상계 | 검측 입회, 사진·수량산출 근거 보관 |
| 재하수급인·자재대금 | 직접지급 요청 시 그 범위에서 원사업자 채무 소멸 | 기성금 지급 전 하위업체 미지급 현황 파악 |
| 이행보증금 | 보증기관에 청구 또는 보증시공 요청 | 보증서 원본, 보증기간·한도 확인 |
- 부도·회생·파산 개시 사실의 확인 경로와 확인 일자가 기록으로 남아 있는가
- 해지 전 서면 이행최고 절차(최고기간 포함)를 계약조건대로 이행했는가
- 협력업체의 하도급대금 지급보증서(이행보증 포함) 존재 여부, 보증기간·보증금액을 확인했는가
- 해지 기준일 시점의 기성 검측자료(출래형, 자재 반입·잔재 현황)를 인수인계와 동시에 확보했는가
- 협력업체 하위의 재하수급인·자재업체·장비업체 목록과 미지급 대금 현황을 파악했는가
- 선급금 잔액과 기성금액의 상계 내역을 서면으로 정리해 분쟁 시 근거로 남겼는가
- 재발주 계약서에 종전 기시공분의 하자담보책임 경계를 명확히 구분해 기재했는가
협력업체 부도는 통상 시간적 여유 없이 진행됩니다. 위 항목을 모두 사전에 갖추지 못했더라도, 해지통지와 동시에 순서대로 확보해 나가는 것이 우선입니다.
| 구분 | 적용 또는 참고 기준 |
|---|---|
| 법령 | 건설산업기본법 제35조(하도급대금의 직접 지급),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제6조(선급금)·제14조(하도급대금의 직접 지급) |
| 판례 | 대법원 2016.4.15. 선고 2015다59115 판결(표준하도급계약서상 부도·파산 해지조항과 이행최고 절차), 대법원 2019.12.24. 선고 2018다223139 판결(선급금의 법적 성질과 기성고 충당) |
| 시장동향 | 2025년 건설기성 급감과 중견건설사 법정관리 확산에 관한 업계 결산 및 산업연구원 전망 자료 |
기준일: 2026. 9. 7. 위 기준은 본 글의 설명에 참고한 범위를 표시한 것으로, 개별 프로젝트에 적용되는 기준과 그 효력은 계약조건·특별조건 및 준거법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 대법원 2016.4.15. 선고 2015다59115 판결 — 표준하도급계약서 부도·파산 해지조항
- 대법원 2019.12.24. 선고 2018다223139 판결 — 선급금의 법적 성질과 기성고 충당
- 건설산업기본법 제35조(하도급대금의 직접 지급)
- 서울파이낸스, "[2025 건설 결산] 거듭된 N월 위기설 속 화두는 생존"
- 한국건설산업연구원(CERIK), 2026년 건설산업의 7대 주요 이슈